Interview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스타트업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돌을 던져 길을 만든다는 마음으로...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딱따구리 유지은 대표 인터뷰]

딱따구리는 나무 속의 애벌레를 먹거나 둥지를 만들기 위해 하루에 8,000번~12,000번 정도 나무를 쪼는 행위를 한다고 합니다. 현실의 벽과 불평등을 깨는 일 또한 이처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오늘 스여일삶에서 소개해 드릴 스타트업의 이름도 ‘딱따구리’인데요. 딱따구리는 ‘다음 세대가 편견이 아닌 평등을, 차별이 아닌 차이를 배우도록’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성평등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며, 현재 영유아 성평등 그림책 큐레이션 서비스 ‘우따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및 워크북


스여일삶에서 딱따구리의 유지은 대표님을 만나 성(性)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어있고 성교육이 보수적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에서 어떻게 편견을 줄여나가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유지은 대표: ”육아를 하는 지인이 늘어나며, 영유아 대상 콘텐츠가 성 고정관념에 묶여있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영유아 콘텐츠에 성평등 내용이 부족한 건 이미 알고 있었죠. 그러다 조카를 돌보며 직접 제 눈으로 문제를 확인하게 되었고, 영유아를 위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딱따구리의 유지은 대표


성 고정관념에 물든 콘텐츠에 어린 나이부터 노출되다 보면 직접적으로 누군가 편견을 주입하지 않아도 성 역할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 각자가 타고난 성격과 자질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동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나 교육 시스템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유지은 대표: “영유아에게 맞춘 누리과정이란 교육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배우긴 하지만 미미한 실정이고, 누리 과정이라는 게 발달 과정에 따라 배워야 하는 걸 권고하는 수준이라 영유아 성평등 교육은 전적으로 선생님이나 양육자에게 달린 실정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나라는 성교육에 대해서라면 많이 보수적입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교육이라고 하면 ‘그거 동성애 가르치는 거 아니야?’ 라던가 ‘낙태하라고 가르치는 거 아니야?’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점점 영유아 때부터 성평등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모님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성교육에 대해서라면 보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요. ”


”우따따를 준비하면서 유럽으로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유럽과 제일 큰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성평등을 인권 신장의 개념으로 보지만 유럽에서는 성평등을 경제 성장의 키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간호, 육아와 같은 돌봄 직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나 여성이 정치, 과학기술 같은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는 걸 인력적, 나라의 손실로 보는 거죠.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에 포화가 왔는데, 이 포화를 막아낼 방안으로 성평등을 외치고 있다는 게 제일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


이렇게 해서 스타트업 ‘딱따구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딱따구리의 우따따란 서비스를 통해선 한 달에 4권의 책을 받아보실 수 있는데요. 우따따는 다섯 가지 성평등 가이드라인 세우고, 이에 따라 그림책을 선별합니다. 


1. 등장인물 설정 및 묘사가 성차별적이거나 성 고정관념이 들어가 있진 않은가? 

2. 등장인물의 대사 중 성차별적이거나 성 고정관념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진 않은가? 

3. 여성 주인공의 경우 얼마나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4. 남성 주인공의 경우 설정 및 묘사가 1차원적이지 않은가?

5. 성평등 주제 이외에 함께 다루고 있는 주제가 흥미로운가?


이 다섯 가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떤 그림책을 받아볼 수 있는지 미리 보겠습니다. 


유지은 대표: "종이 봉지 공주란 책이 인기가 많았어요. 용이 왕궁을 습격해 왕자를 납치해 갑니다. 공주가 왕자를 구하러 가는데, 옷이 다 불타버려 종이 봉지를 쓰고 왕자를 구하러 가지요. 기존의 책과는 다르게 폭력으로 싸우는 대신 설득합니다. 용이 지구를 돌게 하고 지치게 하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결국 왕자를 구하게 되는데 왕자가 옷이 그게 뭐냐고 공주를 타박하지요. 그래서 공주가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하지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하고 떠나고, 공주는 잘 사는 내용으로 끝이 나요. 이렇게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책이 많은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큐레이션 해서 보내주고 있습니다. ” 


"하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편견이 없어지지 않는데요. 읽는 것에서 나아가 주인공에 나를 대입해보기, 나라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등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스스로 자문자답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워크북을 제공합니다.”


그림책과 함께 제공되는 워크북


딱따구리 사업 초기엔 ‘그게 혁신이냐, 사업이 되냐’라는 의문을 들었어야 했지만, 지금은 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사업도 확장시킬 계획하에 있다고 하는데요. 텔레그램 N번방의 주요 피의자 중 몇몇이 10대로 드러나며, 성교육의 필요성과 내 아이를 피해자로 만들지 않고, 가해자로도 만들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서비스를 신청하는 부모님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딱따구리는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현재 운영하는 북클럽 서비스에서 뻗어 나가 교육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유지은 대표: “우따따는 현재 3~7세를 위한 서비스이지만 연령대를 확장해서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4월 하반기에는 7세~11세 아동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여자아이들 대상으로 전기 회로나 공구 사용해서 가전제품을 뜯어보고 부품을 활용해 나만의 장난감 만들기를 진행하고 남자아이들에게는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고, 감정을 표현해보는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견과 차별을 줄이기 위해 일선에서 일하시는 유지은 대표님에게 스타트업 여성들에게 던지고 싶은 한마디도 들어보았습니다. 


유지은 대표: “‘랩걸’이라고 여성 과학자가 엄마와 아내로서 과학계에서 살아남은 과정을 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어요. 저자는 자기가 하는 일을 ‘물살이 거친 강가에 돌을 던지는 일’이라 말해요. 지금 던진 돌로 당장은 길을 만들 수 없지만 많은 여성이 함께 돌을 던지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말하죠.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 서 있는 길도 누군가가 던진 돌이에요. 여성이 일할 땐 종종 자신이 아니라 여성의 대표로 삼아지는 경우가 많아 사명감이나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일하기보다는 그냥 돌을 던진다는 마음으로 해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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